나를 실패시켜라

리사 르 페브르


오늘날은 불확정성과 불안정성의 시대다. 그럼에도 열심히 노력하는 것은 성공과 진보를 위해서라는 생각이 아직까지 남아 있다. 실제로 그렇게 믿는 사람은 거의 없는데도 말이다. 모든 사람들, 모든 시스템은 실패를 잘 안다.심지어 스스로 인정할 수 있는 것보다 훨씬 더 잘 알고 있다. 실패한 로맨스, 실패한 커리어, 실패한 정치, 실패한 사회, 실패한 표적, 실패한 인류, 심지어 실패한 실패도 있다. 실패는 언제나 성취라는 쌍둥이 형제에 붙들려 있고, 그들의 상호의존적 관계는 구별짓기, 공포, 기회를 먹고 자란다. 하지만 성공이라는 익숙하고 지긋지긋한 짝패와 결별하고 나면, 실패는 생산적인 것, 대항적인 것, 뻔한 예상과 겨루어 기대를 꺾을 수 있는 것이 된다.

실패를 대할 때 가장 핵심이 되는 것은 역설이다. 우리는 그것을 가질 수 있지만, 그걸 얻으려고 애쓰지는 않는다. 그것을 탐구할 수는 있지만, 정의하기에는 또 너무 모호하다. 누군가 실패를 의도한다고 해도 성공의 가능성을 근절할 수는 없으며, 그러면 또 즉각 실패가 예고된다. 우리는 실패를 통해 예상치 못한 것에 발이 걸려 넘어질 수 있다. 기업, 정치, 경영 활동을 하는 사람들은 전략적으로 실패를 동원하기도 한다. 실패는 그 독특함의 가치 때문에 상품화될 수도 있고, 반대로 시장의 힘에 저항할 수도 있다. 실패는 낭만적으로 미화해서 변명거리로 삼기 쉬운데, 왜냐하면 실패가 성공보다 눈에 잘 띄기 때문이다. 하지만 실패에 고삐를 매면 급진적 변화를 가져올 수 있다. 실패를 포용하는 것은 용기 있는 행동이다. 실패는 정치적일 뿐만 아니라 개인적이고, 개인적일 뿐만 아니라 정치적이다. 실패는 현재에 속한다. 실패의 발생, 회피, 쓰임을 이해하려면 연구를 해야 한다. 우리는 실패한 세계에 살고 있다. 좌파가 실패했고, 지속 가능성이 실패했으며, 인류가 실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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