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패와 한국 현대미술

문영민


이 글은 한국 현대미술을 ‘실패’라는 실마리를 통해 한국 근현대사와 연관지어 조망하고자 한다. 물론 이 글은 한국 현대미술의 성격을 전반적으로 규명하고자 하지는 않는다.다만, 중요하지만 충분히 논의되고 있지 않다고 판단되는 한국 현대미술의 요소들, 즉 실패, 기억, 외상에 대한 논의를 개진하고자 한다. 나는 한국 근현대사의 실패로부터 시작하여, 그것을 재정립하고자 출범한 민중운동이라는 민주화운동의 실패를 검토할 것이다.그리고는 민중미술과, 민중미술의 쇠퇴 이후 ‘정치적 미술’을 실천하는 소위 1990년대의 ‘포스트민중’ 작가들 사이의 계보를 만들고자 했으나 실패했던 근래의 시도를 잠시 살펴본다. 그 이유는 계보를 해석의 방법으로 사용하여 한국 현대미술이 실제 민중미술과의 관계에 있어서, 그리고 그것을 초월하여 어떻게 다양한 양태로 실천되고 있는지를 살펴보기 위함이다. 일부 작가들은 민중민주화운동의 실패를 작업을 통해 다루기도 하지만, 나는 그러한 작업들조차도 민중미술의 계보로 환원될 수 없다고 본다. 현재 사회정치적 상황들에 대해 비판적인 시각으로 대응하는 다른 작가들에 있어서는 말할 나위가 없다. 민중운동이 애초의 목적에 상반되는 중대한 실패, 즉 민중이라는 명목하에 또 다른 하위계층을 배제하는 등의 오류를 범했었던 반면에, 동시대의 몇몇 작가들은 실패의 여러 국면들을 작업의 일환으로 삼음으로써 현재의 정치적 상황의 부조리함과 외상의 기억들을 드러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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